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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

해마다 경신되는 극한의 날씨에 우리 사회는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전례 없는 날씨가 경제와 건강을 할퀴었다.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권원태 박사는 “사회기반시설도 과거에 경험했던 기후에 맞춰져 있어 피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알래스카에서 영하 18도는 놀랍지 않지만 텍사스에서 영하 18도는 도시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존재보다 중요한 경제’도 위협받아

“‘기후 변화가 이그지스턴스(존재·existence)를 위협한다’고 할 때는 사람들이 다 졸다가, ‘기후 변화가 이코노미(경제·economy)를 위협한다’고 얘기하면 다 깬다.”(권원태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극한의 날씨 변화는 경제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준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전세계 GDP의 50%가 기후변화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사람이나 시설에 직접 피해를 줄뿐 아니라 유관 산업에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준다는 뜻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분야는 먹거리다. 반복되는 더위로 인한 고온스트레스는 1차 산업 전반의 생산량을 감소시킨다. 지난해 정부가 발간한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에 따르면, 2000년 250만톤이던 원유(젖소에게서 짜낸 우유의 원료) 산유량은 2019년 200만톤으로 급감했다. ‘역대급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에는 가축 900만 마리가 더위로 폐사하기도 했다. 특히 쌀은 등숙(수확될 수 있을 만큼 익는 것)되는 온도에 민감한 작물 중 하나다. 국립식량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지역이나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평년 기온에서 벗어나면 그 온도에 따라 등숙이 바뀐다”며 “높은 온도에서 등숙되면 식미가 감소하고, 낮은 온도에서는 등숙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오락가락하는 기온이 주식인 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노인은 더위로 앓고, 아이는 꽃가루에 시달리고

극단적 날씨 변화는 건강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역대급 더위’에 온열질환이 속출했다. 폭염일수(일 최고기온 33도 이상)가 31일을 기록한 2018년에는 질병관리청에 4526건의 온열질환 신고가 접수됐다. 10만명당 발생자 수는 80대에서 7.6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립기상과학원 김규랑 기상연구관은 “폭염이 최근 들어 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폭염에 의한 보건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에 따르면, 미래 폭염으로 서울 전연령 하절기 사망률은 2011년도 100.6명에서 2040년에는 230.4명으로 증가할 수 있다.

김 연구관은 “인구 구성이나 냉방시설 보급률, 경제력에 따라서도 온열질환 발생에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온열질환 신고현황에 따르면, 10만 명당 온열질환자는 제주(9.6명), 전남(6.0명), 전북(5.2명) 순이다. 고령층 비율이 높은 비도심지에서 온열질환 발생 확률이 높았다. 그는 “특히 저소득 독거노인 등 냉방시설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계층이 온열질환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환자들의 고통도 길어졌다. 오재원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이 예전에 비해서 실제로 많이 늘어났다”면서 “특히 예전에는 청소년 나이대 환자가 많이 찾아왔는데, 요즘 환자 중에는 10대 미만 아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꽃가루라는 게 생물체에서 나오는 거라서 온도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1998년에만 해도 3월 15일 정도는 돼야 꽃가루가 날렸는데 지금은 2월 말만 돼도 날리기 시작한다. 꽃가루가 사라지는 시기도 6월 중순이었는데 지금은 6월 말까지도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로 사람들이 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하는 꽃가루에 더 오랜 기간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극한이 일상이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의하면, 2040년 지구 기온 1.5도 상승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산업화 이전보다 1.5도가 오르면, 극한 기온 발생 빈도는 8.6배, 가뭄은 2.4배 늘어난다. 권원태 전 원장은 “일단 1.5도 올라가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회 기반 시설이나 기후변화 문제에 적응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민경연 손지연 최현빈 녹색연합 기후위기 적응 기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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