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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동녘/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철학박사 강신주의 강의는 쉽고 재미있어서 인기가 많다. 어렵고 추상적인 철학을 일상, 문학, 영화 등 친근한 소재로 엮어서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의 수업에서 학생들은 긴장을 풀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들으면서 사랑을 떠올리고, 가라타니 고진을 공부하면서 의사소통 방식을 생각한다.

 

전작 철학, 삶을 만나다에서 철학과 일상을, ‘상처받지 않을 권리에서 철학과 문학가를 짝지은 저자는 이번에는 철학과 시의 접목을 꾀한다. 저자는 김수영, 김춘수, 기형도 등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시인의 시를 현대 철학의 주요 개념과 교차시켜서 이해를 돕는다.

 

21편의 현대시를 21명의 현대 철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각 장은 시 한편 읊어주고 관련된 철학자의 이론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그 시선으로 시를 해석하는 작업의 반복이다. 가령 6소비사회의 유혹은 유하의 시 오징어로 문을 연다. 집어등의 빛이 곧 죽음이지만 몰려드는 오징어는 자본에 탐닉하는 우리의 모습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이어 자본주의와 욕망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파헤친 발터 벤야민을 떠올리고서는 벤야민의 철학과 시대 배경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식이다.

 

저자의 풍부한 감수성 덕분인지 철학적 시 해석은 에세이를 읽듯이 부드럽게 흐른다. 원재훈의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는 레비나스의 타자론과 포개지면서 형이상학적으로 탈바꿈한다.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무한정 기다린다. 기다리면서 빗방울보다 아니 그 속의 더 작은 물방울보다 작아지는초라한 자신을 발견하다. 사랑하는 당신을 내가 어찌할 수 없음작아져 저 나뭇가지 끝 매달린 한 장의 나뭇잎이 된다.’

 

이 상황을 저자는 레비나스의 개념을 빌어 화자의 그대는 무한성을 띤 존재라고 설명한다. ‘무한은 이 세계에는 나의 의식으로 투명하게 알 수 없는 타자다. 그를 알고 싶지만 알 수 없으므로 우리는 이런 사랑 앞에서 겸손해진다. 또한 이 때문에 우리는 그 대상을 마주쳤을 때 설렌다. 알 수 없는 당신 앞에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던 기억이 생생하지 않는가. 또한 그로 인해 앞으로 자신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다짐하며 지새운 밤도 잊을 수 없다. 사랑의 흥분과 기약을 놓고 저자는 레비나스가 타자와의 관계가 미래와의 관계라고 이야기한 까닭이라고 지적한다. 미지의 타자 앞에서 우리는 현재를 생생하게 느끼게 되고, 또 그로 인해 내일을 기약하기 때문이다.

 

꽃의 시인김춘수의 시 어둠을 놓고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 망각개념을 끌어온다. 어둠은 깜깜한 공간에 촛불이 켜진 현상을 노래한다. 정전이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의 세계. 성냥불이 그어지면 사물이 하나씩 되살아나고 의미가 충만한 세계로 변한다. 하지만 촛불이 닿지 않는 곳은 여전히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한 채 잊혀진다. 이 시를 읽고 저자는 촛불이 열어 놓은 밝은 공간이 곧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라며 무릎을 친다. 또 그 공간 속에서 드러나는 것들은 하이데거가 말한 개별의 존재자를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접시꽃 시인도종환의 시 세계를 놓고는 사랑을 고찰한다.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놓여있다 장롱이 그렇듯이라며 부부를 가구에 빗댄 시 가구접시꽃 당신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저자는 접시꽃 당신의 사랑과 가구의 사랑을 비교한다. 가라타니 고진의 말을 빌려, 전자는 사회적인 것의 층위에서의 사랑이고 후자는 공동체적인 것의 층위에서 사랑이라고 풀이한다.

 

책은 철학을 전혀 모르는 이도 즐길 수 있도록 곳곳에 친절한 설명을 준비해 놨다. 딱딱한 말투를 버리고 학생에게 강의하는 듯한 체의 서술은 친근감을 준다. 또한 각 장 뒤에 붙은 더 읽어볼 책들에서는 심화학습에 필요한 철학책과 시집을 소개한다.[출처] - 국민일보

 

주목 이 책]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강신주 | 동녘)

현대철학자들의 사상을 접목시켜 철학적으로 시를 읽어낸 책이다.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이성복의 시를 읽으면서 그 속에 담긴 히스테리와 강박증의 징후를 자크 라캉의 사유와 연결시켜 풀어내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최승호와 게오르크 짐멜, 문정희와 뤼스 이리가레이, 한용운과 카를 바르트, 김정환과 카를 마르크스, 백석과 나카무라 유지로, 함민복과 기 드보르 등 14명의 시인과 14명의 철학자를 짝지었다. 사랑, , 그리스도, 타자, 자유, 역사, 글쓰기, 감각 등의 주제를 다룬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후속편 격이다

 

일단 저질러봐(구자홍 | 공감의기쁨)

 

행동주의 경영자, 죽은 조직도 살려내는 핫 블러드로 불리는 구자홍 동양그룹 부회장이 아픈 청춘들에게 과감한 도전과 실행의 메시지를 주문하는 책이다. 전북 진안의 촌놈에서 그룹 부회장까지, 저자는 그동안 많은 부실기업을 맡아 회생시키면서 지금 자신을 이 자리에 있게 한 것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객기였다고 말한다. 이렇게 저질러온 인생의 순간들을 제시하며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실패가 두려워 망설이고만 있는 청춘들에게 기회가 왔을 때 저지르는 용기가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최병성 | 오월의봄)

 

환경운동가, 생태교육가인 저자가 지난 2년 동안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어 가는 국토 현장을 찾아 기록한 현장보고서이자, 4대강 공사가 앞으로 일으킬 재앙을 경고한 책이다. 홍수 예방, 물 확보, 수질 개선, 일자리 창출 등 4대강 사업이 내건 명분의 허상을 고발. 책의 서두에 실린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의 강 사진들이 “4대강 사업은 미친 짓이라는 저자의 고발을 실감하게 한다. 댐과 운하를 헐어 자연의 강으로 돌아간 여러 나라의 사례를 들어 4대강도 수문을 열고 강물이 다시 흐르게 하면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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