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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중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병원 치료 중단 사실을 전한 다음 날,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마라나타 침례교회는 '작별 주일 예배'로 그의 평온을 기원했다. 정계 진출 이전엔 조지아주의 땅콩 농장주였던 카터 전 대통령은 이 교회에서만 반세기 가까이 봉사해 온 독실한 신자이자 마을의 존경받는 어르신이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미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의 고향인 플레인스 마라나타 침례교회의 주일 예배 강연 주제는 '유산(legacy)'이었다.

이날 예배는 카터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이들이 이끌었다. 수십 년 간 카터 가족과 알고 지냈던 잰 윌리엄스 씨는 "카터 전 대통령은 위대한 주지사이자 환상적인 대통령"이었다며 "우리가 그와 같은 대통령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미 카터가 다닌 시골 교회…눈물의 '작별 예배'© 제공: 아시아경제

카터 전 대통령의 조카인 킴 풀러 씨는 과거 카터 전 대통령이 남긴 격언을 읊었다. 풀러씨는 "삼촌께선 '내게는 가치 있는 뭔가를 할 단 한 번의 삶과 한 번의 기회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게 무엇이든, 내가 어디에 있든, 언제든 그것을 해야만 한다'고 하셨다"라며 "이제 우리가 그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배턴을 넘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제39대 미국 대통령인 카터 전 대통령은 정계 진출 전엔 플레인스의 땅콩 농장주였다. 10살 무렵부터 이미 부모를 도와 농장에서 일하던 그는, 미 해군 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출세 가도를 달렸음에도 결국 전역 후 농부의 삶을 택했다.

이런 특이한 경력 탓에 정치인 시절엔 언제나 '땅콩 농부(peanut farmer)'라는 별명이 따라다녔고, 정계에서 은퇴한 뒤엔 플레인스로 돌아와 소박한 생활을 이어갔다.

지미 카터가 다닌 시골 교회…눈물의 '작별 예배'© 제공: 아시아경제

특히 마라나타 침례교회는 그가 일생을 다해 헌신한 곳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77년부터 최근까지 약 50년 가까이 이 교회에서 주일 교회(sunday service) 강사로 봉사했다. 플레인스는 총주민 5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지만, 카터 전 대통령이 강단에 설 때면 그의 설교를 듣기 위해 전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렸다.

카터 전 대통령도 자신의 일생이 녹아든 마을과 교회에 강한 애착을 품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 그의 손자인 제이슨 카터 씨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할아버지가 매일 뉴스를 읽고 때로는 정치권 인사의 전화나 방문을 받기도 하지만,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거나 하지는 않으실 것"이라며 '지금 그가 가장 가깝게 느끼는 사람들은 플레인스의 교회 교우들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8일 카터 센터는 "카터 전 대통령이 짧은 병원 입원을 거듭한 뒤, 남은 시간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고 추가적인 의료 대신 호스피스 치료를 받기로 했다"라며 "가족과 의료진으로부터 전적인 돌봄을 받고 있으며, 센터는 이 기간 프라이버시를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이미 만 98세의 고령인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암과 싸워왔다. 2015년에는 뇌종양을 겪었으며, 2019년에도 뇌압을 낮추는 수술을 받는 등 여러 차례 입원 치료를 거듭해 왔다.

임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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