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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소주 권하기 어려운 사회

용산구청의

담배꽁초줍기

아르바이트가화제.

꽁초1g을주우면

20원을주는사업

한개비(0.5g)

10원을버는셈이다.

배수구등을뒤져

6만원을채운이들도

있다고한다.

 박희준별 스토리  어제 오후 11:38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즉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 맹자의 양혜왕(梁惠王) 상편에 나오는 말이다. 백성은 안정적인 생활이 있어야 바른 마음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국가 경영의 기본이다.

[설왕설래] 소주 권하기 어려운 사회© 제공: 세계일보
 

요즘 10원이라도 악착같이 모으려는 진풍경이 이곳저곳서 벌어진다. 서울 용산구청의 담배꽁초 줍기 아르바이트가 화제다. 꽁초 1g을 주우면 20원을 주는 사업이다. 한 개비(약 0.5g)에 10원을 버는 셈이다. 배수구 등을 뒤져 상한인 6만원을 채운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한 은행이 앱 홍보를 위해 한 ‘10원 줍기’ 이벤트는 대성황이었다. 블루투스 기능을 켜고 해당 앱을 실행한 뒤 주변에서 같은 앱을 켠 사람을 1명 만날 때마다 10원을 적립하는 이벤트에 200여명이 몰렸다.

 

100원짜리 동전도 하찮게 여기는 이들에게는 딴 세상 얘기로 들릴 터이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나 가보라”고 하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버려진 소주병, 맥주병을 마트에 가져가면 100원, 130원이나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고금리·고물가에 서민들 신음소리가 깊다. 4대 시중은행의 1월 신규 연체율 평균이 0.09%로, 1년 전(0.04%)에 비해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6월까지 0.04%이던 것이 9월 0.05%, 12월과 올 1월 0.07%로 뛰었다. 기업이나 가계의 이자 부담이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노인들이 소일하는 종로 탑골공원에서는 잔술을 판다. 최근 소주잔이 종이컵에서 작은 스테인리스 잔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막걸리용 양은잔은 손바닥만 한 크기에서 주먹만 한 것으로 작아졌다. 4월부터 주세가 오른다니 식당들은 한 병에 5000원 하던 소주 가격을 6000원으로 올릴 태세다. 소주·막걸리를 서민술이라고 하던 시절도 끝났다.

 

민심이 심상찮자 정부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은행들 손목을 비틀고 주류업계를 닦달하고 나섰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에다가 원금까지 꼬박꼬박 갚도록 정책을 바꿔 은행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에 판을 깔아준 게 정부다. 그러면서 소주 한 병 출고가에서 세금이 70%를 넘는다는 지적에는 입을 꾹 닫는다. 병 주고 약 주는 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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