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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 2층 전시실에는 1845928일 김대건 신부 일행이 차귀도에 표착 후 첫 번째로 봉헌한 미사를 실제처럼 만든 모형도 눈길이 끈다.

 

기념관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수월봉과 차귀도, 용수포구 등 제주 서북해안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독수리가 지키고 있는 차귀도

 

드론으로 촬영한 차귀도.

 

차귀도(遮歸島)란 이름은 고려 16대 임금 예종 때 송나라 복주출신의 술사 호종단(胡宗旦)의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호종단은 제주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날 것을 경계해 제주의 혈맥과 지맥을 끊고 다녔다고 한다. 그가 중국으로 돌아가려 할 때 한라산의 신인 광양당신이 독수리()로 변하여 폭풍을 일으켰고, 이에 호종단의 배가 난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섬의 이름이 돌아가는 것을 막은 섬이라는 뜻을 가진 차귀도가 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차귀도는 김대건 신부가 타고 돌아온 라파엘호는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지난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김대건 신부의 표착기념 미사를 차귀도에서 봉헌했다.

 

차귀도 병풍바위.

 

차귀도 병풍바위.

 

제주도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섬 차귀도(遮歸島)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천연기념물 제422호이다. 본섬인 죽도를 비롯해 주변의 지실이섬(매바위섬), 누운섬(와도)를 포함하고 있다. 섬 곳곳에 집터나 우물이 남아 있을 정도로 한 때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살았으나, 현재는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무인도다. 차귀도 인근 바다는 물반 고기반으로 불릴 정도로 낚시로 유명한 섬이다.

 

오징어를 줄에 걸어 말리는 풍경이 인상적인 자구내 포구에서 유람선이나 낚시배를 타면 10여 분 만에 차귀도에 도착할 수 있다.

 

유람선(성인 18000)을 타고 들어가면 약 한 시간 정도의 관람시간이 주어진다. 섬내의 트래킹 코스를 돌며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둘러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섬에 들어가면 오른쪽은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왼쪽엔 푸르게 빛나는 제주의 바다가 펼쳐지는 등대가 있다.

 

차귀도 등대..

 

기자가 취재를 갔을 때는 아쉽게도 유람선이 정기점검 중이라 뜨지 않았다. 그래서 차귀도 낚시체험을 할 수 있는 배(12000)를 탔다. 차귀도에 내려 트레킹을 할 수는 없었지만 섬을 한바퀴 돌면서 장군바위와 독수리()바위, 병풍바위, 쌍둥이 바위, 와도의 기암절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배 위에서 드론을 띄워 내려다본 차귀도의 본섬은 대나무가 많아 대섬 또는 죽도로 불려왔다는데, 부드러운 언덕이 이어지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본섬 옆에 잇는 와도(臥島)’는 사람의 옆얼굴과 입, 치아까지 보일 정도로 영락없이 사람이 누워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은 눈섬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곧 날아오를 듯 잔뜩 웅크려 있는 독수리()바위는 호종단의 배를 침몰시킨 바로 그 독수리()의 형상이다.

 

독수리바위 또는 매바위로 불리는 차귀도 지실이섬.

 

독수리바위 또는 매바위로 불리는 차귀도 지실이섬.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차에 옆에서 낚시를 하던 체험객이 70~80cm 정도의 큼지막한 자연산 광어를 낚았다. 차귀도 갯바위에 왜 그렇게 많은 낚시꾼들이 붙어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 생이기정길

 

차귀도에서 돌아온 후 김대건 신부표착 기념관이 있는 용수리 포구에서 당산봉 방향으로 해안길을 걸었다. 그 유명한 생이기정길이다. 제주올레길 12코스이기도 한데, 안내표지에는 겨울철새의 낙원으로 가마우지, 재갈매기, 갈매기 등이 떼지어 산다고 돼 있다.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 생이기정’.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 생이기정’.

 

용암이 굳어진 기암절벽인 생이기정은 제주어로 새를 뜻하는 생이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이다. 한마디로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길이라는 뜻이다. 절벽 옆에서 부서지는 파도소리, 새소리,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억새물결과 그 소리는 절벽 너머 보이는 차귀도와 와도의 풍광이 어우러져 인생샷을 건질 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제주 올레 12코스이기도 한 생이기정길(1.5km)은 당산봉을 형성한 화산재가 쌓인 위로 용암이 다시 분출해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해안절벽이 있다. 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멀리 보이는 차귀도가 각도에 따라 다섯 개로도 보이고, 여섯 개로도 보인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제주도의 오륙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국적 경치에 취한 순간 외국인 순례객들이 앞서 걸어간다. 포르투갈에서 출발해 대서양 해안길을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길이다.

 

검은 현무암이 평평히 쪼개진 해안에는 김대건 신부 표착기념비가 서 있다. 이 곳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언덕에 오르면 작은 만이 나온다. 옥빛 물빛과 생이기정이 더해져 아주 아름답다. 이 만을 향해 의자가 두 개 놓여 있는데, 차귀도로 떨어지는 낙조를 보기에 좋은 명소다.

 

당산봉의 바다 쪽은 절벽에는 갈매기가 많이 살고 있다. 절벽은 페인트칠을 한 것처럼 흰색으로 덮여 있는데 갈매기의 배설물로 생긴 것이다. 당산봉 정상까지 경치를 충분히 감상하면서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서면 북쪽으로는 신창 풍차해안도로가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수월봉, 산방산까지의 푸른 해안이 한눈에 펼쳐진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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